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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침묵과 진실의 영화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열네 살 소녀 천지가 자살한 후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이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천지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엄마와 언니,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일상을 누리던 그녀는, 어느 날 아무런 말도 없이 세상을 떠난다. 이 비극은 관객에게 단순히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을 보지 못했는가?"*라는 뼈아픈 반성을 요구한다. 영화는 천지의 자살 이후, 언니 만지와 엄마 현숙이 그녀의 주변을 하나하나 탐색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가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었나’라는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곧 학교라는 공간에서 있었던 보이지 않는 폭력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왕따, 조롱, 소외, 그리고 가해자들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사소한 잔인함들. 가장 슬픈 것은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아무도 천지의 고통을 ‘정말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천지는 여러 번 신호를 보냈고, 눈빛으로, 말끝으로, 조심스럽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 작고, 너무 조용해서 세상의 소음 속에 묻혀버렸다. 어른들은 “괜찮니?”라고 물었지만, 대답을 진심으로 듣지 않았다. 친구들은 “장난이었어”라고 웃어넘겼지만, 그 장난은 천지에게 칼날이었다. 말하지 못한 아이와 듣지 못한 어른들 사이, 그 작은 틈이 결국 아이를 삼켜버린 것이다.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 깊은 지점은, 가해자의 얼굴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천지를 괴롭힌 친구 화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명백한 '악인'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녀마저도 완전히 악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화연은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의 생을 꺼뜨릴 수 있었을 거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하고 이기적인 평범한 청소년으로 묘사된다. 화연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비슷하다. 그들은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괴롭히지 않았더라도, ‘모른 척’하거나 ‘침묵’함으로써 폭력의 공범이 된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너는 그때 어디에 있었니?” 단지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정말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보다 훨씬 좁고, 훨씬 강렬하다. 작은 말 한마디, 단 한 줄의 문자, 시선 한 번으로도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그 세계에서, 아이들은 너무 쉽게 무심해진다. ‘다들 그렇게 해’, ‘그 애가 좀 이상했잖아’, ‘그건 그냥 장난이었어’라는 말은 너무도 쉽게 나오지만, 그 말들 속에 담긴 잔인함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야 그 ‘장난’이 결코 장난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이 아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어쩌면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 가슴이 아프다.
2. 영화 [우아한 거짓말] 줄거리
열네 살 소녀 천지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이유는 자살. 가족과 친구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었다. 밝고 조용하고 착했던 아이. 그런 아이가 왜, 아무 말 없이 생을 놓았는지 누구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 현숙은 무너져 내리고, 언니 만지는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일상 속을 부유한다. 천지가 남긴 것은 짧은 유서 한 장과, 말없이 사라진 존재감뿐이다. 만지는 동생의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무엇이 천지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단지 막연한 슬픔이었지만, 점점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다. 평소엔 말수가 적던 천지가 최근 들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휴대폰을 자주 숨겼으며, 혼잣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는 사실들. 만지는 천지의 학교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 화연, 천지와 함께 어울리던 아이들, 담임 선생님…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특히 화연은 어딘가 회피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녀는 “걔가 좀 이상했어”, “내가 뭘 어떻게 알겠어”라는 식으로 말하며, 천지의 고통을 철저히 타인의 것으로 밀어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천지가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천지는 은밀하게 소외되고, 놀림받고,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그것은 눈에 띄지 않는 폭력이었고, 주변의 누구도 적극적으로 막거나 알아채지 못했다. 천지가 유일하게 감정을 털어놓았던 상대는, 엄마도 언니도 아닌 또래 친구 화연의 여동생 화연이였다. 천지는 자신의 감정을 일기처럼 적어 내려갔고,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마음을 담았다.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은 자신과 닮은 인형 '빨간실'이었다. 소외된 인형,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묵묵히 견디는 인형. 천지는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슬픔을 말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이 구조 요청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국 만지는 천지의 죽음에 얽힌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내며, 친구들의 거짓말과 침묵 속에서 숨겨졌던 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는다. 천지가 정말 원했던 것은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괜찮니?”라는 질문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줄 누군가, 그냥 하루만 같이 있어줄 누군가였다는 사실을. 영화의 마지막, 만지는 천지가 남긴 이야기를 조용히 받아 적는다. 그리고 비로소 그녀의 침묵 속 진심을 듣는다. 세상은 여전히 무심하고, 누군가는 또 다른 천지가 되어 조용히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한 사람, 천지를 끝까지 이해하려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