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사소한 감정까지 길어 올리는 연출과 연기
영화「어바웃 타임」은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를 가지고 있음에도, 놀라울 만큼 현실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닌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시간 여행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삶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그 연출의 방식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모든 장면이 일상의 연장선처럼 담담하고 소박하게 그려진다. 카메라는 특별한 순간보다 평범한 순간을 더 오래 머문다. 햇살이 드는 창가, 아이와 뛰어노는 공원, 함께 걷는 길거리. 그 속에서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이 흘러나온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시간을 되돌리는 장면은 점점 줄어든다. 이것은 감독이 관객에게 '이제는 시간 여행이라는 장치 없이도 삶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처럼 느껴진다. 서사의 흐름 자체가 팀의 내면 성장을 따라가듯 설계되어 있어, 처음엔 능력을 통해 미래를 바꾸려던 인물이 결국 현재를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변화해간다.
연기 측면에서도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돋보인다. 도널 글리슨은 순수하고 소심하지만 따뜻한 팀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의 감정은 과장되지 않으며, 오히려 조용한 울림을 준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사랑스럽고 현실적인 메리 역을 통해, 단순한 '사랑의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인물로 팀과 함께 성장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은 빌 나이가 연기한 팀의 아버지다. 담백하면서도 유머와 지혜가 가득한 그의 존재는 영화 전체의 정서적 중심축을 잡아준다. 그의 마지막 장면은 시간 여행보다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2. 평범한 하루가 선물이 되는 마법-줄거리
영국의 조용한 해변 마을에서 살아가는 청년 팀 레이크는 평범하고 수줍은 청년이다. 특별할 것 없는 그의 인생은, 21번째 생일에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을 듣게 되며 바뀐다. 그의 아버지는 팀에게, 가문의 남성들은 모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팀은 믿기 어려워하지만, 아버지의 말대로 어두운 공간에서 주먹을 쥐고 집중하자마자 과거로 돌아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 특별한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던 팀은, 명예나 부보다는 사랑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삼기로 한다. 여름방학 동안 집에 머물던 친구 샬럿에게 고백하지만 거절당하고, 런던으로 올라가 변호사가 되기 위한 삶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룸메이트 해리와 지내던 어느 날, 팀은 친구의 소개로 식당에서 ‘눈을 마주치지 않는 소개팅’이라는 특별한 이벤트에 참여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 그는 메리를 만나게 되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엇갈린다. 팀이 룸메이트의 불행한 연극 공연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로 돌아갔다가, 메리와 처음 만났던 기억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팀은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녀의 흔적을 쫓고, 운명처럼 다시 마주친다. 이후 그는 메리와 여러 번의 시간을 거듭하며 데이트하고, 마음을 얻는다. 시간을 반복해가며 그녀와 완벽한 순간들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팀의 사랑 방식이었다. 두 사람은 연애를 거쳐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러던 중 팀은 자신의 시간여행 능력이 자식이 생긴 이후에는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거로 돌아갈 경우, 아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그는 능력을 신중하게 사용하며,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의 삶에도 피할 수 없는 시간이 찾아온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였던 아버지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팀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과거로 돌아가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반복하지만, 어느 순간 그조차도 끝을 맞이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버지는 마지막 조언을 남긴다. “매일을 두 번 살아봐. 처음은 평소처럼, 두 번째는 모든 것을 음미하며.” 팀은 그 조언을 실천하며 하루하루를 더 따뜻하게 살아간다. 영화의 마지막, 팀은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다. 그저 지금 주어진 하루를 있는 그대로 살아간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며. 그는 깨닫는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보다 더 큰 힘은, 현재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3. 어제를 고치기보다 오늘을 더 사랑하는 법- 느낀점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음에도 되돌리지 않기로 선택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한다. 실수했던 순간, 놓쳤던 기회, 상처 준 말 한마디. 하지만 *「어바웃 타임」*은 조용히 말한다. 과거를 고치는 것보다, 오늘을 더 잘 살아내는 것이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팀이 하루를 두 번 살아보는 장면이었다. 처음엔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고, 그날을 다시 돌아가 모든 순간을 음미하며 다시 살아보는 것. 같은 날임에도, 두 번째 삶은 훨씬 다정하고 풍요롭다. 커피숍에서 웃는 점원의 얼굴을 본다든지, 급하게 걷지 않고 천천히 걸어본다든지. 우리는 종종 그런 ‘두 번째 하루’가 필요하다. 아무 일 없는 날이 사실은 얼마나 특별한 날이었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다. 또 하나 이 영화가 전하는 진심은 가족의 시간에 있다. 팀과 아버지의 관계는 단순한 부자지간을 넘어 인생의 동반자처럼 깊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 장면에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함께 해변을 걷는다. 그 침묵 속에는 수많은 말들이, 감사와 사랑과 이별의 인사가 담겨 있다. 그 장면은 시간의 끝이면서 동시에 가장 따뜻한 순간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문득 나의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았는가?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 스쳐 지나간 표정, 무심코 지나친 대화들. 그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단 하나의 선물임을 새삼 느낀다. *「어바웃 타임」*은 거창한 메시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말한다. “오늘을 사랑하라. 지금 이 순간을.” 그 단순한 문장이, 이 영화가 전하는 가장 강력한 마법이었다.
내가 20대때 본 영화지만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영화 중 하나이다. 시간여행 관련 영화를 무엇보다 즐겨 보지만 이번 영화 만큼은 내 인생에 두고두고 볼 영화라 생각 된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사랑하고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의 영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