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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포스팅
건축학개론

1. 건축학개론_ 리즈시절 우리의 첫사랑

우리는 왜 이 영화가 그렇게도 가슴에 와닿는지 알수가 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느끼고 가슴아파하고 설레였는지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이렇게 이 영화는 그 시절 우리의 첫사랑을  되네이게 되며 가슴 한곳에 찌릿한 감정에 빠져든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 시간을 오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재는 서른 즈음이 된 남녀가 제주도의 낡은 집을 중심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고, 과거는 대학 시절,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났던 시절의 그들로 돌아간다. 이 구조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감정이 변화하고 또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기억은 흐릿해지지만 감정은 여전히 선명하다는 것, 그걸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해준다. 과거의 승민은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남학생이다. 반면 서연은 음악을 좋아하고 감정에 솔직하며, 다정하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인물이다. 이들은 조별 과제를 함께하며 가까워지고, 조심스럽게 서로의 삶에 발을 들인다. 사소한 행동 하나에 설레고, 말을 꺼내지 못해 밤새 고민하던 그 시절의 감정이 화면 속에서 살아 숨 쉰다. 그들의 사랑은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담백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승민이 서연에게 “언젠가 제주도에 집을 지어줄게”라고 말하는 장면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 어떤 미래를 함께 그리고자 하는 마음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오해와 타이밍의 어긋남, 서툰 감정 표현은 결국 두 사람을 멀어지게 만든다. 이별은 언제나 그렇듯 명확한 이유보다, 설명되지 않은 감정의 조각들 속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승민은 건축가가 되었고, 서연은 다시 돌아온다. 다시 만난 그들은 여전히 어딘가 어색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건 첫사랑의 힘이다. 오래도록 잊고 지냈지만,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감정. 그 감정은 낡은 집을 다시 짓는 과정을 통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되살아난다. 결국 승민은 서연에게 약속대로 집을 지어준다. 하지만 그 집은 이제 사랑의 결실이라기보다, 지나간 감정에 대한 진심 어린 작별 인사에 가깝다. 이 영화를 보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시간’에 대한 감정이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환경도, 관계도, 생각도 변한다. 하지만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어쩌면 한때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했던 그 마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시절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처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건축학개론」은 아프도록 아름답다. 이 영화는 첫사랑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우리가 이제 다시는 그렇게 사랑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또한 이 영화는 ‘공간’의 힘을 잘 보여준다. 건축이라는 소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감정을 쌓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벽 하나를 세우고, 창을 내고, 지붕을 덮는 일은 곧 마음을 열고 사랑을 고백하고 함께 머무는 미래를 그리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승민이 서연에게 다시 지어주는 그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사랑과 이별, 기억과 진심이 겹겹이 쌓인 하나의 ‘감정의 공간’이다.

2. 영화 속 줄거리

영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기억’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축이라는 독특한 틀 안에 녹여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현재에서부터 시작된다. 30대가 된 건축가 승민(엄태웅)은 어느 날 우연히 한 여성의 의뢰를 받는다. 낡은 집을 리모델링하고 싶다는 고객은 바로, 대학 시절 첫사랑이었던 서연(한가인)이다. 15년 전, 마지막으로 서로를 본 이후 완전히 연락이 끊겼던 두 사람은 그렇게 어색하게 재회한다. 이들의 현재 대화와 행동 하나하나에는 미묘한 감정의 기류가 흐른다. 말은 하지 않지만, 서로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관객은 서서히 눈치챌 수 있다. 서연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남은 제주도의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해 휴식처로 만들고 싶어 하고, 승민은 건축가로서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과거의 기억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15년 전, 대학 시절로 넘어간다. 1990년대 후반, 서울의 어느 대학교에서 건축학개론 수업을 듣게 된 스무 살의 승민(이제훈)은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듣는 서연(수지)과 조별 과제로 팀을 이루게 된다. 첫 만남은 어색하고, 서로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공대생 승민, 밝고 자신감 넘치는 음악과 여학생 서연. 하지만 과제를 함께 준비하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의 삶과 생각을 엿보게 되며 감정은 서서히 자라난다. 서연은 음악을 좋아하고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에게 승민은 말은 적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존재였고, 승민은 서연에게 점점 더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말 못하는 감정, 어설픈 표현,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오해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선을 넘지 못하고 멀어진다. 가장 임팩트하고 핵심 장면중 하나는 서연이 승민의 집 앞까지 찾아가 마음을 확인하려는 순간, 그가 다른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 장면이다. 오해였지만, 말로 풀 수 없는 그 시절의 미숙함은 사랑의 끝을 예고한다. 현재의 시간 속에서도 두 사람은 여전히 그 감정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서연은 자신이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왜 승민에게 다시 건축을 의뢰했는지를 스스로 되묻는다. 승민 역시 과거의 서툰 감정과 오해, 그리고 그 시절 이루지 못한 마음을 다시 마주하면서 혼란스러워진다. 제주도의 낡은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두 사람의 과거와 마음이 얽힌 공간이다. 그 집을 다시 짓는 과정은, 과거의 자신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결국 승민은 약속대로 서연에게 ‘집을 지어주는 일’을 완성해낸다.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의 결실이라기보다는, 오래도록 미완이었던 감정에 대한 작고 조용한 마침표에 가깝다. 이렇게 「건축학개론」은 과거와 현재, 사랑과 이별, 기억과 현실을 오가며, 두 남녀의 첫사랑의 감정을 아름답고도 섬세하게 그려낸다.

3. 건축학개론의 연출과 연기

영화「건축학개론」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주인공들의 전공에서 따온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감정’이라는 것을 건축하듯 설계하고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용주 감독의 연출은 섬세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마치 오래된 일기를 다시 읽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시간의 흐름을 오가는 방식이다. 현재와 과거가 반복해서 교차되지만, 전혀 혼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두 시점은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감정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현재의 승민이 제주도의 집을 설계하는 장면에서 과거의 기억이 흘러나오고, 과거의 어색한 고백이 현재의 침묵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이 편집의 흐름은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관객이 두 시점을 넘나들며 주인공의 내면을 이해하게 한다. 또한, 공간과 사물의 사용이 아주 상징적이다. 예를 들어 서연의 워크맨, 과제를 했던 자취방, 버스 정류장, 제주도의 집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인물들의 감정과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고, 그것이 다시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관객의 마음속에도 작은 떨림을 만든다. 서연의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한 곡, 낡은 골목의 풍경,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모든 장면이 기억 속 첫사랑의 조각처럼 다가온다. 배우들의 연기도 이 영화의 깊이를 더하는 큰 요소다. 특히 과거의 두 주인공을 연기한 수지와 이제훈의 호흡은 「건축학개론」을 ‘첫사랑 영화의 정석’으로 만든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수지는 이 작품으로 연기 데뷔를 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서연’은 단순히 사랑스러운 첫사랑 캐릭터를 넘어선다. 때로는 당당하고, 때로는 여리고, 무엇보다도 감정에 솔직한 인물로서의 깊이를 갖고 있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승민을 바라볼 때의 눈빛, 전화기 앞에서 망설이다 돌아서는 장면, 마지막으로 집 앞까지 찾아왔지만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이 모든 장면에서 그녀의 눈빛은 대사보다 더 많은 감정을 전달한다. 이제훈은 말수는 적지만 내면은 복잡한 승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다. 수줍은 고백, 주저하는 손끝, 친구들 사이에서 웃고 있지만 한 사람만 바라보는 시선.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화면 안에 녹아든다. 그의 연기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한편 현재의 승민과 서연을 연기한 엄태웅과 한가인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시간이 지나 감정이 마모된 듯한 무게감, 서로를 의식하면서도 말 한마디 내뱉기 어려운 어른의 거리감. 이들의 연기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온도차를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그간 흘러간 시간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한가인의 표정은, ‘지나간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장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음악 역시 이 영화의 연출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이지수가 작곡한 메인 테마는 피아노와 스트링의 절제된 멜로디로 이뤄져 있으며, 감정을 쥐고 흔드는 대신, 조용히 옆에 머물러 준다. 그리고 이영훈 작곡의 ‘기억의 습작’이 흐르는 순간, 영화는 한 편의 오래된 추억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음악은 때로는 장면보다 더 많은 감정을 불러오고, 이 영화는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듯 사용한다. 요컨대 「건축학개론」은 ‘보여주는’ 연출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연출의 정수에 가깝다. 감정을 들이밀기보다는, 관객 스스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연출과 연기, 음악과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건축 도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감성의 구조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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